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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조외순 - 청호동 바라기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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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935회 작성일 14-01-1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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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가 되면

청호동 집집마다

목이 길어지는

바라기꽃이 피어난다

 

비린 유년 시절을

푸른 파도 위에 벗어놓고

도시로 도시로

빈 바람으로 떠돌다가

서둘러 닿는 고향

 

저무는 햇살 따라

담장 넘어 골목을 타고

한길로 수북히 나앉은

그렁그렁한 눈빛들

먼 기척이 일면

집어등 불빛 가슴을 태우는

아바이 마을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잡고

밤새워

지난 사랑을

도란도란 속삭일까

깊어지던 기다림은

어머님이 지워내시던 또 하루

 

비워도 비워도 차오르는 정

차마 아쉬워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가실 적

눈물로 핀 꽃 한 송이

쓸쓸함이 영글어 하얀 꽃이 지면

소금 열매가 달린다며

갯배에게 마지막

자식 안부를 묻는 바라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