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조외순 - 청호동 바라기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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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가 되면
청호동 집집마다
목이 길어지는
바라기꽃이 피어난다
비린 유년 시절을
푸른 파도 위에 벗어놓고
도시로 도시로
빈 바람으로 떠돌다가
서둘러 닿는 고향
저무는 햇살 따라
담장 넘어 골목을 타고
한길로 수북히 나앉은
그렁그렁한 눈빛들
먼 기척이 일면
집어등 불빛 가슴을 태우는
아바이 마을
희미해지는 기억을 붙잡고
밤새워
지난 사랑을
도란도란 속삭일까
깊어지던 기다림은
어머님이 지워내시던 또 하루
비워도 비워도 차오르는 정
차마 아쉬워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가실 적
눈물로 핀 꽃 한 송이
쓸쓸함이 영글어 하얀 꽃이 지면
소금 열매가 달린다며
갯배에게 마지막
자식 안부를 묻는 바라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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