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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이화국]떠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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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533회 작성일 05-03-2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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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에가 무거워도 가벼히 떠나야 해
옷 벗은 시 한 줄 낳아 놓고

가진 자들 희망의 입은 커서 채우기 어렵지만
내 손에 쥔 그릇은 작으니

사는 날 동안에는
절망의 산마루를 넘어

비에 젖은 나무단을 모아놓고
예배심(禮拜心)으로 정성 다해 불 당겨야 해

하늘의 거미줄은 탄력을 더하지만
새어나갈 구멍은 있지

동학년에도 곰나루를 건넌 이 있고
못 건넌 이 있다

산길에 등칡과 인동덩굴 마삭줄이 단단하고
산오이풀 구름송이풀 지천으로 고우니

뒤만 보며 걷는 사람이 되던지
앞만 보며 가는 사람이 되던지

다만 떠날 때는
가벼이 손놓아야 해

달래주는 이 있다고 눈치 보며
더욱 우는 아이는 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