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양양덕 - 질그릇 속의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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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질그릇에
금붕어 두 마리 산다
가까이 가면
쉴 새 없이 입을 뻐꿈거리며 몰려온다
세상 떠나시기 얼마 전
아무것도 없는 빈 입을 연신 오물거리며
살아오신 긴 삶을 곱씹으시던 어머니
외로움이 침샘을 말렸을까
넓은 거실 가득 손주들이 보고프셨을까
서울에서 공부하는 자식들 위해
크고 작은 보퉁이 세고 또 세며
서울역을 오르내리시던 젊은 날
명절에 우르르 몰려왔다가
상영이 끝나버린 영화관처럼
텅 빈 거실 소파 한 켠
무너져 내린 허수아비로 남으셨다
허전함을 이겨내느라
빈 입을 오물거리시던 어머니
금붕어가 살고 있는 질그릇 속에서
환하게 웃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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