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정영애 - 만삭 ]
페이지 정보
본문
애드벌룬 만한 배를 안고
막 목욕을 끝내고 나가는 임신부
알몸의 그 자연을 보며
곧 태어날 지구의 동료 한 사람을 생각한다
아이하나 기르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데
아파트 세 채가 든다는 우리의 뉴스를 들으며
유물론적 걱정을 앞서 한다
수억 대 1의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수정된
마이너스 통장
태어나자마자 영어 수학 미술 피아노 태권도
다녀야 할 학원이 만삭이다
학교폭력과 컴퓨터와 스마트폰 중독 등 지켜줘야 할 목록들도
만삭이다
대학 등록금까지 교육비도 만삭이다
밖을 내다볼 수 없어 아직은 행복하지만
살아 보기도 전 , 짓눌려질 삶에
아이는 나오자마자 분명 첫울음을 터뜨리며 버둥거릴 것이다
아파트 세 채 값을 쏟아 부어야 할 그녀의 배가
목하 고민 중이다
- 이전글[ 시 - 정영애 - 배반의 공 ] 14.01.17
- 다음글[ 시 - 양양덕 ] 1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