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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정영애 - 배반의 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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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732회 작성일 14-01-1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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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닮은 공

둥근 것은 모서리가 없다

 

지구의 뒤쪽

어느 가난한 별 아래

어린아이들은 지문이 없어질 때까지

천 육백 이십 번을 꿰매야 공이 되는

피버노바를 만들고 있었다

공의 조각마다 둥글게 빈곤을 꿰매면서

작은 몸 하나 온전히 구겨 넣어야만

열정과 별의 이름으로 날아오르는 축구공

한 번도 축구경기를 보지 못한 아이들은

지구의 모서리에서 묵묵히 축구를 바느질했다

 

이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단 하나

공을 차는 일이라고 말한 유럽의 어느 축구 선수는

번들거리는 별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지워진 지문으로

컴컴한 몇 백 원을 받았다

탱탱한 반발력으로 날아올라 열광했던 우리의 승리는

어린 아이들의 작은 머리통

 

450그램의 눈물 한 덩어리 , 그 골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