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정영애 - 배반의 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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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닮은 공
둥근 것은 모서리가 없다
지구의 뒤쪽
어느 가난한 별 아래
어린아이들은 지문이 없어질 때까지
천 육백 이십 번을 꿰매야 공이 되는
피버노바를 만들고 있었다
공의 조각마다 둥글게 빈곤을 꿰매면서
작은 몸 하나 온전히 구겨 넣어야만
열정과 별의 이름으로 날아오르는 축구공
한 번도 축구경기를 보지 못한 아이들은
지구의 모서리에서 묵묵히 축구를 바느질했다
이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단 하나
공을 차는 일이라고 말한 유럽의 어느 축구 선수는
번들거리는 별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지워진 지문으로
컴컴한 몇 백 원을 받았다
탱탱한 반발력으로 날아올라 열광했던 우리의 승리는
어린 아이들의 작은 머리통
450그램의 눈물 한 덩어리 , 그 골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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