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정영애 - 체위에 관한 재해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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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마다 체위변경 ’
주의문이 붙어있는 노인요양병원 중환자실
혼자서는 어느 쪽으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부동의 체위들각목처럼 누워있다
한때 저 체위의 방향마다 부드러웠을 육체는
하얀 시트처럼
모든 기억을 깔고 누웠다
다양하던 체위들이 사라진 몸에는 바람도 불지 않아
한 번도 꽃 피지 않았던 봄처럼
처음부터 노구였던 것처럼
중환자실 창밖엔 아침에도 해가 진다
적막한 담요 속 ,
갸릉갸릉 숨소리 깨지 않게 가만히 돌아 눕히면
욕설처럼 물컹한 욕창이 덩달아 자세를 바꾼다
체위는 화끈한 자세가 아니라
다만 살아내기 위해 간신히 돌아눕는 것
체위라는 말을 듣고 얼굴 붉혔다면
당신 , 아직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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