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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이화국]슬픈 실존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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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727회 작성일 05-03-2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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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꽃잎은 비에 쓸리어 나가고
가지에 붙어 시든 꽃잎의 안간힘이
마음을 끕니다
시간과 경주하여 어떻게 이길 겁니까?
근심의 치마폭에 뼈 앙상한 정을 추려 안고
절망이 우는 긴 밤을 지샙니다
밤은 오색의 꿈으로 무성한 고향
눈이 다정하게 내려 쌓이는 밤에
소리 없이 우는 이 있습니다
멀리 있는 것들에게 눈만 주어도
그 아픔은 내게 이르고
나는 오지랍이 넓어 아픔이 많습니다
신이시여!
내가 한눈 파는 때에라도
내게 꼭 와야 할 것들은 제게 주소서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하겠습니다
바닷가에 널려진 조개껍질을 주워와
책상 앞에 늘어놓고 쳐다보는
하찮은 것들에 연연한 마음을
세상에 욕심 많다 꾸짖지 마옵소서
평안을 향하여 아양 떨진 않겠습니다
내가 땅의 젖꼭지에 입을 대고 있음으로
아직 살아있습니다
증명이 안 되는 나의 실존은
방치돌처럼 단단하지 않으나
망국의 황제처럼 한숨을 길게 쉬면서
하늘에 눈을 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