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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신민걸 - 방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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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791회 작성일 14-01-1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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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 때가 있잖아 , 정신없이 걷다가 , 너를 생각하며 걷다가 , 건널목 앞에 섰는데 , 빨간불이라 섰는데 , 도로를 무단으로 굴러 다니던 낙엽 하나가 작정이나 한 듯 곧바로 내게로 질주해 올 때 , 그럴 때가 있잖아 , 하필 내 발밑으로 굴러 와서는 잠깐 나를 빤히 쳐다볼 때 , 너를 생각하다가도 바싹 말라 구겨진 잎 하나 때문에 완전히 너를 잊어버리는 , 그럴 때가 있잖아 , 그동안 세상에 네가 함께 살아 있었나 싶기도 하고 , 내가 지금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려 이렇게 멍하니 서 있나 하는 그런 때 , 가로수마다 언제 푸른 잎들이 생글생글 매달리기라도 했나 싶어지는 , 왜 그럴 때가 있 잖아 , 정작 낙엽은 파란불이 켜지기도 전에 벌써 나를 스쳐 어디 론가 사라지고 , 내가 마침내 정신 차렸다고 짐작할 때 , 따라서 너 는 하도 많아 하나도 없고 , 비로소 나는 건널목 하나 간신히 건넌 셈일 때 , 왜 그럴 때가 너도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