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박대성 - 최불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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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바위가 있다 .
걸어 다니는 바위가 있다 .
바위 하나가 익어
제 몸 희끗한 난간에 들보 하나 세우고 암자가 되었다 .
견딜 것은 견디며 , 견디지 못할 것을 더욱 견뎌 바위가 된
참을 것은 참으며 , 참을 수 없는 것을 더욱 참아 바위가 된
걸어 다니는 암자 하나 있다 .
치솟는 욕망과 불타는 미망을 그저 제 속으로만 파내려가며
파안대소를 피안(彼岸)의 대소(大笑)로 웃는 바위가 있다 .
누구나 오르고 싶은 암자
은은한 종소리를 매단 종탑 위를 떠가는 흰바위 구름
누구나 덮어쓰고 싶은 가면의 탈이 된 바위가 있다 .
만약 부처와 예수가 파안대소 한다면 딱 그런 얼굴일 것 같은
피안의 대소로 웃는
걸어 다니는 암자가 , 성당이 있다 .
걸어 다니는 바위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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