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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박대성 - 칡꽃이 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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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24회 작성일 14-01-2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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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파른 전봇대를 올라

더는 올라오지 말라고 씌운 고깔을 지나

화살 모양 고깔을 이정표 삼아

오르고 또 올라

수만 촉광의 전류에 닿고 싶었던 넌출

 

잘리고 꺾여도 또 오르고 올라

마침내 전류에 닿아

환한 칡꽃 한 송이 피워냈다 .

 

칡이 익을 것이고

그 진액을 받는 사람 있을 것이다 .

 

속이 어두워 소화가 잘 안 된다던 아버지가

들이키던 검은 진액

 

아버지의 먹먹한 속에서

환한 칡꽃이 피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