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박대성 - 청호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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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를 잡던 그들은
명태를 잡던 그들은 어디로 갔나 …
신기루 같은 오징어와 명태를 그리며
청호동을 걷는다 .
덕나무 즐비하던 덕장이 사람의 집이 된
청호동을 걷는다 .
개도 잘 짖지 않는 거리
아무데서나 오줌을 누기가 좋다 .
오징어가 추석처럼 찾아오면 좋을 거리
명태가 설처럼 찾아오면 참 좋을 거리
산맥은 호수에게 무어라 연신 말을 걸지만
호수는 묵묵히 폐선들의 발을 씻을 뿐 …
같이 걷던 사람 하나 어딘가에 묻힌 오래된 변소를 찾는다 .
오징어와 명태가 삼삼오오 모여 앉던 변소(辯所)
그 변소의 자취만 그렁그렁한 골목
골목에서 자취들이 볼일을 본다 .
깊은 속은 혼자 보는 것이 좋은 듯
적요 속의 사람 하나 속을 꺼낸다 .
큼큼 흠흠 …
기척을 받아 주는 변소의 흔적들
고요들이 호수로 떨어지는 소리
금빛 은빛 요강들이 기척을 받는 소리
청호동을 걸으면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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