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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박대성 - 청호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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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10회 작성일 14-01-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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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를 잡던 그들은

명태를 잡던 그들은 어디로 갔나 …

신기루 같은 오징어와 명태를 그리며

청호동을 걷는다 .

덕나무 즐비하던 덕장이 사람의 집이 된

청호동을 걷는다 .

 

개도 잘 짖지 않는 거리

아무데서나 오줌을 누기가 좋다 .

오징어가 추석처럼 찾아오면 좋을 거리

명태가 설처럼 찾아오면 참 좋을 거리

산맥은 호수에게 무어라 연신 말을 걸지만

호수는 묵묵히 폐선들의 발을 씻을 뿐 …

 

같이 걷던 사람 하나 어딘가에 묻힌 오래된 변소를 찾는다 .

오징어와 명태가 삼삼오오 모여 앉던 변소(辯所)

그 변소의 자취만 그렁그렁한 골목

골목에서 자취들이 볼일을 본다 .

 

깊은 속은 혼자 보는 것이 좋은 듯

적요 속의 사람 하나 속을 꺼낸다 .

큼큼 흠흠 …

기척을 받아 주는 변소의 흔적들

 

고요들이 호수로 떨어지는 소리

금빛 은빛 요강들이 기척을 받는 소리

청호동을 걸으면 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