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3호2013년 [ 시 - 최명선 - 자작나무 숲에서 ]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44회 작성일 14-01-20 09:57

본문

산들이 감싸 안은 흰빛 처녀림

 

제 몸 열어 길을 내는 직립의 생 앞에

마음의 신발 끈을 단단히 고쳐 맨다

 

눈앞을 스치는 가속의 풍경

낙하하는 잎들은 따듯했으나

배경 한편에 서 있던 몸 붉은 단풍

 

색을 버린 것들의 세상에서

말을 버린 것들의 세상에서

붉음이 주는 몸빛 아프도록 시리다

 

제 살점 떨굴수록 고고해지는 숲 ,

더불어서 빛 된 그가 되기 위하여

고전 같은 화두를 몸속에 두른

나무 몇 내 안에 옮겨 심는다

 

가슴 가득 피어나는 희디흰 잠언들 ,

아프다가 기쁘다가 내 마음도 만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