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최명선 - 저무는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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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 꽃잎이 물 위에 낭자하다
물가에는 꽃나무가 있을 뿐이고
가던 길 때 되어 갔을 뿐인데
매캐하게 차오르는 비릿한 생의 슬픔
채 식지 않은 피를 빌린 둥그런 말들은
발설치 못한 슬픔처럼 제자리를 맴돌고
푸름 벗어 놓은 채 수장된 꽃잠 위로
만장처럼 펄럭이는 한낮의 침묵
쏟아지는 고요 곁 바람도 말이 없고
무심하던 물의 낯만 점점 붉어지던가
인생사 어쩌면 꽃 지우는 일만 같아
떨어진 꽃잎 위에 마음을 묻어놓고
조등 같은 노을 길을 몸만 끌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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