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최명선 - 정신의 탁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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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에서 날아온 나무 매 한 마리가
깃을 접고 앉았다는 추월산 보리 암자
힘겹게 오른 절벽 채 닫히기도 전
목탁 새 우렁우렁 경문을 건넨다 , 아니
경문을 풀어낼 열쇠 하나 건넨다
무엇이 갇혔다는 것인지
어디를 열라는 것인지
생물 한 바가지 마시며 가슴도 축여보고
뿌리 접힌 느티의 육탈도 짚어보지만
좀처럼 굴러갈 줄 모르는 삼 보리의 법륜
잡념도 깊어지면 고요가 되는지
저문 소망 한 자락 마음 밖으로 꺼내자
보리 껍질 우수수 무심처럼 떨어진다
가둔 것 없으면 열릴 것도 없을 진데
스스로 받아 챙긴 오욕의 열쇠라니
무거운 발소리로 산수 다 깨운 후
절뚝거리며 내려온 다시 사람의 마을
부려 놓은 등짐 문득 궁금해
슬며시 올려다본 보리암 느티 부처
쭈그러진 내 바랑이 가엾었던지
천길 금강을 한 뼘쯤 밀어놓고
젖은 눈으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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