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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최명선 - 정신의 탁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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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87회 작성일 14-01-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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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에서 날아온 나무 매 한 마리가

깃을 접고 앉았다는 추월산 보리 암자

힘겹게 오른 절벽 채 닫히기도 전

목탁 새 우렁우렁 경문을 건넨다 , 아니

경문을 풀어낼 열쇠 하나 건넨다

무엇이 갇혔다는 것인지

어디를 열라는 것인지

생물 한 바가지 마시며 가슴도 축여보고

뿌리 접힌 느티의 육탈도 짚어보지만

좀처럼 굴러갈 줄 모르는 삼 보리의 법륜

잡념도 깊어지면 고요가 되는지

저문 소망 한 자락 마음 밖으로 꺼내자

보리 껍질 우수수 무심처럼 떨어진다

가둔 것 없으면 열릴 것도 없을 진데

스스로 받아 챙긴 오욕의 열쇠라니

무거운 발소리로 산수 다 깨운 후

절뚝거리며 내려온 다시 사람의 마을

부려 놓은 등짐 문득 궁금해

슬며시 올려다본 보리암 느티 부처

쭈그러진 내 바랑이 가엾었던지

천길 금강을 한 뼘쯤 밀어놓고

젖은 눈으로 가만히 나를 올려다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