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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장은선 - 마중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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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49회 작성일 14-01-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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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산등성이 동네는 언제나 물이 귀했다

아랫동네로 내려가야 공동펌프가 있었다

그 펌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따금 심술을 피워

먼저 한바가지의 물을 넣어주어야

답례하듯 물을 뿜어 내었다

별빛을 따라 물지게를 지고

산등성이 집에 올라야

그 물은 밥물이 되고

고양이 세수하듯 얼굴을 적셨다

누이는 생리천을 빨 물이 없어서

노을처럼 물든 광목을

방구석에 비밀로 간직했지만

가끔씩 비릿한 냄새가 방을 떠돌았다

어느날 수도가 들어오고 나서

늙은 펌프는 숨을 멈쳤으나

우리는 언제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