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최숙자 - 누가 내 꿈을 들고 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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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씨 하나 주워
길섶에 심었다
처음엔 떡잎 두 장으로
제 딴에도 부끄러웠던지
선뜻 내딛지 못하더니
초여름 아침
호박 하나를 덜렁 낳았다
조석으로 오르내리며
울타리도 만들어 주고
산바라지 하듯 정성 쏟았다
길고 지루하던 폭염도
저만치 물러서고
가을을 뒹굴던 아침
누가 내 바람을
들고 가버린 것이다
한동안 빈자리 지날 때마다
그가 눈에 밟혀
잠 못 이루기도 했지만
이제는 안다
그는
내 안에 있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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