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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최숙자 - 누가 내 꿈을 들고 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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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78회 작성일 14-01-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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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씨 하나 주워

길섶에 심었다

 

처음엔 떡잎 두 장으로

제 딴에도 부끄러웠던지

선뜻 내딛지 못하더니

초여름 아침

호박 하나를 덜렁 낳았다

 

조석으로 오르내리며

울타리도 만들어 주고

산바라지 하듯 정성 쏟았다

 

길고 지루하던 폭염도

저만치 물러서고

가을을 뒹굴던 아침

누가 내 바람을

들고 가버린 것이다

 

한동안 빈자리 지날 때마다

그가 눈에 밟혀

잠 못 이루기도 했지만

이제는 안다

 

그는

내 안에 있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