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최숙자 - 임금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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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깨고 잡은
잉어 한 쌍
지인에게 선물 받았다
일터에서 돌아오니 아들 녀석은
종일 울어대는 그가 불쌍하다며
강물에 놓아주자고 했다
아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사람들 눈을 피하여
겨울 강으로 그를 보내주었다
잎 피는 봄날
그 곳을 지나다 무심코
강물을 바라보는 순간
궁을 거니는 임금님 내외
많은 궁녀를 거느리고
꽃물결 어리는 정원을
유유히 거닐고 있는 게 아닌가
나도
임금처럼 걸어본다
물속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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