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최숙자 - 나무 뒤에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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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조금 내보이고
나무에 기대어 바람이 되고
그늘이 되기도 했다
나무 뒤에는
햇살보다 그늘이 많지만
그늘이 나를 닮아서였다
때로는 그늘을 드리우고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비 오는 날은 나무를 껴안고
천둥처럼 울기도 하고
별이 뜨면 눈물을 훔치며
글 보따리 풀어 보이기도 했다
달이 뜨면 나무 아래
시의 낱알을 모아
절구질을 하기도 하고 ,
사람들은 찾아 다녔지만
나는 늘
나무 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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