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3호2013년 [ 시 - 권정남 - 두타연* 물살 ]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39회 작성일 14-01-20 11:25

본문

용케 여기까지왔구나

퍼렇게 멍든 가슴

탈북소녀들처럼 수다 떨고 있구나

 

저릿저릿 발아래 지뢰를 묻고

사지를 비틀고 섰는 나무들 사이로

숨죽이며 왔구나

 

휴전선 넘다가 보니

60년 눈감지 못한 푸른 영혼들이

마타리꽃 , 칡꽃 되어 자근자근 입술 깨물며

들판에 흐느끼며 서있고

철조망에 찔린 피 묻은 바람들이 머리 푼 채 ,

허공을 쏘다니고 있더라고

 

금단의 구역까지 맨발 도망쳐 온

안개꽃 탈북 미녀들이

흰 이빨 달싹이며 해종일 숲 속에서

재잘재잘 이마를 맞대고

천기를 누설하고 있다

 

*두타연 : 양구에 있는 민통선안에 있는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