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권정남 - 노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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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서리 내린 새벽
찢어진 빛바랜 갈색 치마
왼쪽 다리가 부러진 채 상처 투성이 몰골로
전봇대 아래 웅크리고 있구나
한때는 서로 어깨에 팔 걸치고
품에 안겨 함께 뒹굴던 살갑던 날
그 아름답던 시간들이었는데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바람이 어깨를 건드릴 적마다
상실한 사랑 , 쑤셔 오는 통증 때문에
배반의 치를 떠는구나 .
이른 새벽 , 사람들 눈길 하나 주지 않는
문화 회관 앞 바쁜 출근 길
찢어진 살가죽 , 내려앉은 척추
초췌한 모습으로 노숙하고 있는
빛바랜 삼단 쇼파
기우뚱 , 전봇대에 기댄 채
첫추위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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