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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권정남 - 돌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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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95회 작성일 14-01-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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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왕산면 노추산 자락

삼천 오백개 돌탑*

할머니 혼자 25년 동안 피워낸 연꽃이다

천상을 향해 타오르는 촛불 이다

 

詩를 쓰고 , 사람을 만나 인연 짓는 일

모두 돌탑 쌓기다

나는 , 내 詩를 위해 , 누군가를 위해

가슴에 돌멩이 하나 얹어 본 일이 있었는가

그렇게 탑을 쌓아 본적이 있었는가

친정집 할머니는 애비 없는 손녀를 위해

새벽마다 돌탑을 쌓았다

그 손은 평생 부어있었고 , 지문이 닳아있었다 .

 

生의 벼랑 끝에서

층층 낟가리처럼 쌓아 올린 돌탑

회색빛 성곽이다 . 화엄의 세계다

돌을 쌓던 할머니 손이

삼천 오백 개 흰 나비로 흔들리고 있다

 

여름에도 손이 시린

노추산 명경 같은 산골짝에 들면

연등처럼 붉은 삼천 오백 개 울음이

허공에 떠다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