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권정남 - 돌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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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 왕산면 노추산 자락
삼천 오백개 돌탑*
할머니 혼자 25년 동안 피워낸 연꽃이다
천상을 향해 타오르는 촛불 이다
詩를 쓰고 , 사람을 만나 인연 짓는 일
모두 돌탑 쌓기다
나는 , 내 詩를 위해 , 누군가를 위해
가슴에 돌멩이 하나 얹어 본 일이 있었는가
그렇게 탑을 쌓아 본적이 있었는가
친정집 할머니는 애비 없는 손녀를 위해
새벽마다 돌탑을 쌓았다
그 손은 평생 부어있었고 , 지문이 닳아있었다 .
生의 벼랑 끝에서
층층 낟가리처럼 쌓아 올린 돌탑
회색빛 성곽이다 . 화엄의 세계다
돌을 쌓던 할머니 손이
삼천 오백 개 흰 나비로 흔들리고 있다
여름에도 손이 시린
노추산 명경 같은 산골짝에 들면
연등처럼 붉은 삼천 오백 개 울음이
허공에 떠다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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