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권정남 - 망개떡 보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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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보타전과 홍련암 갈림길에
망개떡 팔던 아줌마
봉지 커피도 덤으로 팔고있다
바삐 홍련암 가는 내 소맷자락 붙잡으며
커피 한잔 하고 가란다 그러면서
조금 전 친구한테 전화가 왔는데
남편이 어느 여인과 방금 모텔로 들어가는 걸 봤다고 한다
그런 전화 한 두 번인가 , 알면서도 모른 척 하길 수십 번
이젠 귓전에 흘러 버린단다
그냥 안 죽고 살아 있으면 됐다고 하며
이 자리가 극락이라며 연두빛 고깔 같은 망개떡 하나
내 입에 넣어주며 한참을 쫀덕쫀덕 법문 같은 말을 건넨다
낙산사 불탄 소나무처럼 속이 꺼멓게 타버린 여인
불탄자리 파릇파릇 새싹 올라 오 듯
커다란 입가에 함박웃음 날리며
땡볕아래 손님 부르고 섰는
망개떡 아줌마 , 불보살이다 .
보타전과 홍련암 사잇길에
요즘 , 망개떡 보살 보이질 않는다
지금쯤 어느 해변가 비치 파라솔아래서
파릇파릇 열세살 여자애 젖무덤 같은
망개떡 팔며 하안거에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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