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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권정남 - 시린 날의 자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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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85회 작성일 14-01-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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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 그루 자작나무들이

어깨를 움츠린 채 눈雪 위를 걸어가고 있다

 

화가는 ,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붓질로

눈밭에서 춤추고 있는 백학白鶴을 그리려다가

자작나무 숲을 달리던 지바고* 휘파람 소리를

그리려다가

 

일사 후퇴 때 바람 속을 절뚝이며

정처 없이 걸어가는 부상병들의 붕대 감은

흰 다리를 그리고 말았다

자작자작 맨발로 끝없이 눈밭을 떠도는

저 백색의 뜨거운 영혼들을

지상에서 가장 깊고 푸른 , 그들의 절망을 위해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흰 눈밭에 붓을 담그었다

 

‘ 시린 날의 자작 ’ *을 위해

 

* 시린 날의 자작 : 박동국 화가 그림 제목

* 지바고 : 영화 ‘ 닥터 지바고 ’ 의 주인공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