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권정남 - 시린 날의 자작 ]
페이지 정보
본문
수 십 그루 자작나무들이
어깨를 움츠린 채 눈雪 위를 걸어가고 있다
화가는 ,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붓질로
눈밭에서 춤추고 있는 백학白鶴을 그리려다가
자작나무 숲을 달리던 지바고* 휘파람 소리를
그리려다가
일사 후퇴 때 바람 속을 절뚝이며
정처 없이 걸어가는 부상병들의 붕대 감은
흰 다리를 그리고 말았다
자작자작 맨발로 끝없이 눈밭을 떠도는
저 백색의 뜨거운 영혼들을
지상에서 가장 깊고 푸른 , 그들의 절망을 위해
쪽빛 하늘을 배경으로 흰 눈밭에 붓을 담그었다
‘ 시린 날의 자작 ’ *을 위해
* 시린 날의 자작 : 박동국 화가 그림 제목
* 지바고 : 영화 ‘ 닥터 지바고 ’ 의 주인공 이름
- 이전글[ 시 - 권정남 - 누수 ] 14.01.20
- 다음글[ 시 - 권정남 - 망개떡 보살 ] 14.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