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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권정남 - 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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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75회 작성일 14-01-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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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벽속에 갇혀 있던

무리들이 야밤을 틈타 반란을 시작했다

 

은빛 실뱀 같은 군상들이

길 없는 벽속에서 길을 내며 천천히

자객이 되어 옹벽에 스며든다 .

 

번뜩이는 재치와 바늘 같이 날렵한 몸짓으로

선전포고도 없이 욕실 타이루 틈을

기웃되며 염탐하다가

거실 바닥을 뚫고 돌진하기 시작한다

참았던 얘기가 많은 모양이다 .

 

죄명도 모른 채 갇혀 있던

눅눅한 어둠의 자식들이

옹벽에 제 머리를 찧어가며

결백을 주장하는 그 속사정을 누가 알까마는

 

이미 , 베란다까지 하얀 맨발을 내려놓고 있다

투신할 모양이다

 

환한 빛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