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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권정남 - 미시령은 염색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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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156회 작성일 14-01-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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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물감이 뚝뚝 어깨에 떨어진다

가을 햇볕에 물들어 가고 있는

치렁치렁한 긴 머리카락들

 

한때 내 색깔을 고집하며

세상 앞에 물들지 못해 힘들었던

날들이 있었다

 

슬픔이 기쁨에게 물들어가듯

물들어 간다는 건

자신을 속속들이 삭혀내며

강물처럼 세상과 깊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푸른 하늘이 석양에 물들어 가듯

허공에 몸을 맡기고 섰는 정상의 나무들이

선명했던 자신의 빛깔을

정수리부터 하나씩 지워가고 있다

 

이마 위 , 흘러내린 몇 가닥 머리카락 까지

브릿지를 넣고 섰는

미시령은 지금 염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