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지영희 - 난 이 세상에 무엇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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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세상에 무엇일까
바람은 팔다리가 없어도
먼 알래스카의 꿈을 치맛자락에 묻히고
산 능선을 넘으며 그리운 옆모습 하나 그려놓기까지 하는데
끈 없는 모자를 살짝 들어올려
겹쳐진 나뭇잎 사이로 팍팍 터지는 하늘 보게 하는데
내려놓아야 살 수 있다는 말이
바람 따라 내게 온지 십여 년이 지났건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다
저녁마다 그리운 이는
까맣게 타들어가는 가슴을 묻고 별 하나씩 분만한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싶다고 했던가
무엇이든 그냥 오지 않는다
그걸 알고부터
빛나는 무엇을 바라는 일이 두려워졌다
이 세상에 나는 뭘까
가끔 궁금해 하며
궁금해 하며 조금 설레는 그 순간
그냥 좋다
이 세상에 나는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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