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지영희 - 김치 쪼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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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쪼갠다
가느다란 두 젓가락으로 갈라내려니 만만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햇살 덩어리와 셀 수 없이 많은 빗줄기와
함께한 흙과 손길이 팽팽히 묶인 섬유질에
가당찮게 젓가락 두 개라니
만만하게 젓가락질 하다간
지지 않는 붉은 국물의 경고 받기 십상이다
손님 대하듯 겸손하게 쪼갠다
피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를 나누어야
맛있게 살 수 있다는 이치를 배우는
햇살만큼 빗줄기만큼 쪼개 본 김치
금방 한 밥 한 숟가락에
방금 쪼갠 가르침을 처억 걸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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