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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지영희 - 김치 쪼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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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304회 작성일 14-01-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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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쪼갠다

가느다란 두 젓가락으로 갈라내려니 만만치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햇살 덩어리와 셀 수 없이 많은 빗줄기와

함께한 흙과 손길이 팽팽히 묶인 섬유질에

가당찮게 젓가락 두 개라니

만만하게 젓가락질 하다간

지지 않는 붉은 국물의 경고 받기 십상이다

손님 대하듯 겸손하게 쪼갠다

피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를 나누어야

맛있게 살 수 있다는 이치를 배우는

햇살만큼 빗줄기만큼 쪼개 본 김치

 

금방 한 밥 한 숟가락에

방금 쪼갠 가르침을 처억 걸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