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지영희 - 삼척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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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세 세다는 강릉에서 학부모회장을 거머쥐는
여자 술안주로 무를 뚝뚝 잘라 먹으며 놀아도 아침이면 정시 출근하 는 여자
사투를 벌이는 남편을 위해 울지 않고 거뜬히 아들 장가들이는 여자
교통사고로 물리치료 받아도 알래스카 등반을 서슴치 않는 여 자
남편이 전 재산을 날려도 입 다물 줄 아는 여자 다시 일어서는 여자
친구 일이 내 일인 양 혼돈하는 여자
골프채 대신 주걱을 휘둘러도 신나게 웃는 여자
노래에 취하여 하이힐 벗어들고 흥 돋우는 여자 돌아서면 조신 한 여자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 공연 보고 막차 타는 여자
시장 골목에서도 시를 줍는 여자
삼척 일이라면 앞장서서 깃발 드는 여자
그러면서도 커피를 홀짝이며 울 줄 아는 여자
자식이 명문대생이면 자기도 명문대생인 줄 아는 여자
그러나 부족한 친구 앞엔 잘 나가는 걸 숨길 줄 아는 여자
조심해도 목소리 커지는 여자
다른 지역 사람이 들으면 모두 같은 목소리인 서울말이 안 되는
그래 , 나도 삼척 여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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