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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이충희]내린천이 그리운 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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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462회 작성일 05-03-2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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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내린천 70리 물길엔
드문드문 매운탕 집 몇 채
전래의 모습으로 수수했다
물철죽 피었던가 싶고
개울가의 연분홍 꽃 어찌나 신기하던지
동행한 친구가 꽃무더기 다치지않게
볼펜 심지만한 곁부리 캐 손수건에 싸길래
설마 살리겠냐며 만류하던 내 기우를 덥고
실한 새순 쑥쑥 올리더니
이듬 해 봄 휘어지게 조롱조롱 꽃을 매달았다
이름도 모르던 복주머니꽃으로 부르던 금낭화!
그래 맞다 야생의 질긴 근성
모래땅에 뿌리 박고 꽃 피운 조상의 고난사
그 DNA 치열한 경영으로
분가를 거듭하며 일가를 이루었으니
그 생명력 소임 눈물겹지 않으리

봄이면 어김없이 내린천으로 회귀하는
꽃의 물길 하나 터주는
옹졸한 나의 詩
내린천이 그리운 꽃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