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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채재순 - 교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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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01회 작성일 14-01-2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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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몰라 잠시 어리둥절했다 한 때는 우렁찬 한 그루 느릅나무였다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학생들에게 힘을 준 적이 있었다 거뭇거뭇해진 동문들이 동문회가 열릴 때마다 우러 러보곤 했다

    봄이면 어린잎들이 제법 기운을 북돋아보긴 하지만 가지 끝까 지 살리기엔 역부족 동문회와 학교 측에선 교목 살리기 대책위원 회를 열었다 태풍에 부러진 가지에 곰팡이 살고 있지만 두 팔 치 켜들기조차 힘들게 되었지만 교목이라는 이름으로 모셔지고 있 다

    어느 봄 꾸벅 졸다가 잎 틔우는 일을 놓쳐버리고 싶다 연명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전할 수 없는 날들이 가고 있다 살랑 바람에도 움찔 할 때가 있다 왼쪽으로 기운 채 걸어가는 노인에게 눈이 간 다 기우뚱한 몸으로 비지땀을 흘리며 서쪽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