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43호2013년 [ 시 - 채재순 - 물소리 잦아들 무렵 ]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232회 작성일 14-01-20 13:49

본문

가을 나무 아래

격투의 이력 고스란히 쌓였다

 

멀찍이 서서 바라보며 사는 게 아름다운 일인지

턱 밑까지 다가가서

바스락거리며 사는 게 옳은 일인지

그만 먹먹해져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는 물가로 가야 한다 했고

더러는 햇살 좋은 곳을 물색해야 한다 했다

푸르게 산 날들이 있었다

바람결에도 쉽게 다치는 일이 많았다

 

노을 속에서 들여다본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나를

단풍든 나를 바라보는 그를

물소리 잦아들 무렵이면

한 세월 저무는 일에 골몰해진다

 

단풍나무 아래 여윈 개울물

자그마한 한 잎 떨림에 파문이 일고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은지

가끔 멈칫 , 한다

 

가을나무 , 허공중에 길을 내느라

부쩍 수척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