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채재순 - 물소리 잦아들 무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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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무 아래
격투의 이력 고스란히 쌓였다
멀찍이 서서 바라보며 사는 게 아름다운 일인지
턱 밑까지 다가가서
바스락거리며 사는 게 옳은 일인지
그만 먹먹해져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는 물가로 가야 한다 했고
더러는 햇살 좋은 곳을 물색해야 한다 했다
푸르게 산 날들이 있었다
바람결에도 쉽게 다치는 일이 많았다
노을 속에서 들여다본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나를
단풍든 나를 바라보는 그를
물소리 잦아들 무렵이면
한 세월 저무는 일에 골몰해진다
단풍나무 아래 여윈 개울물
자그마한 한 잎 떨림에 파문이 일고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은지
가끔 멈칫 , 한다
가을나무 , 허공중에 길을 내느라
부쩍 수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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