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김춘만 - 옥수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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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씨가 옥수수 알만해서
내 말이 누군가의 가슴 밭에서 싹을 틔운다면
그 싹에 색깔이 생겨나고 열매를 맺는다면 .
아내와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씨를 넣은 지
한 열흘
옥수수는 생각했다가
한 색깔로 툭툭 대답을 해왔다 .
검은 비닐이 덮인 밭고랑을 타고 나가며
드문드문 떨어드린 이야기 씨앗들이
초록빛으로 살아나서
옥수수 말을 들려주는 것이다 .
그 때 나눈 우리 얘기가
무엇이었을까?
모든 걸 이해하듯 , 아님 꾸짖듯
오직 한 가지 빛깔과 한 마디 말
그러나 이해하기 어렵구나 .
처음 지어보는 옥수수 농사
그들은 무어라 하고 있는데
알아듣지 못하는 나는
지금 한 곁으로 비켜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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