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김춘만 - 온전한 흙의 기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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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도 기운이 있다 .
검어진 부식토가 아니라
나뭇잎 하나 섞이지 않은
온전한 붉은 흙의 기운 .
흙 알갱이와 알갱이 사이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점질의 기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그 빛깔과 그 모습은
모든 걸 흡입하는 힘이다 .
그 힘은 죽은 말을 살린다 .
그 힘으로 시들어가는 관계를 살린다 .
우리가 매일 먹는 밥
우리가 매일 읽는 책의 힘이 아니라
단 한번 그 점질의 기운으로 사랑한다 .
나를 천천히 분해해 나가다가
세상 한 가운데서 소용돌이치게 하는
한 줌 점질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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