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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김춘만 - 온전한 흙의 기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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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36회 작성일 14-01-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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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도 기운이 있다 .

검어진 부식토가 아니라

나뭇잎 하나 섞이지 않은

온전한 붉은 흙의 기운 .

 

흙 알갱이와 알갱이 사이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점질의 기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

그 빛깔과 그 모습은

모든 걸 흡입하는 힘이다 .

 

그 힘은 죽은 말을 살린다 .

그 힘으로 시들어가는 관계를 살린다 .

 

우리가 매일 먹는 밥

우리가 매일 읽는 책의 힘이 아니라

단 한번 그 점질의 기운으로 사랑한다 .

 

나를 천천히 분해해 나가다가

세상 한 가운데서 소용돌이치게 하는

한 줌 점질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