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김춘만 - 마당은 지금도 방이다 ]
페이지 정보
본문
우리 식구 누워 자던 방이었다 .
일곱 자짜리 방은 좁아서
그게 서너 개 있어도 열 평 남짓했던
아주 자그마한 흙집 터 .
그 뒤로 물러나서 지은 벽돌집에서
꽃밭을 가꾸는 아내는
아무 것도 모른다 .
작약이 피고 있는 곳은 내 누이들의 방이고
매발톱 풀이 엉거주춤 앉은 곳은 아버지 방 .
아침마다 물을 뿌리고 호미질을 하는
비비추 한 무더기
그쯤에서 나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
찬찬이 보면
그 작은 꽃 봉우리 마다 말을 닮은 꽃잎이
마음 빛깔로 열릴 것이다 .
꽃이 피는 마당은 지금도 방이다 .
- 이전글[ 시 - 김춘만 - 나도 풍경화 ] 14.01.20
- 다음글[ 시 - 김춘만 - 온전한 흙의 기운 ] 14.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