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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김춘만 - 마당은 지금도 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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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43회 작성일 14-01-2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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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 누워 자던 방이었다 .

일곱 자짜리 방은 좁아서

그게 서너 개 있어도 열 평 남짓했던

아주 자그마한 흙집 터 .

 

그 뒤로 물러나서 지은 벽돌집에서

꽃밭을 가꾸는 아내는

아무 것도 모른다 .

 

작약이 피고 있는 곳은 내 누이들의 방이고

매발톱 풀이 엉거주춤 앉은 곳은 아버지 방 .

 

아침마다 물을 뿌리고 호미질을 하는

비비추 한 무더기

그쯤에서 나는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

 

찬찬이 보면

그 작은 꽃 봉우리 마다 말을 닮은 꽃잎이

마음 빛깔로 열릴 것이다 .

 

꽃이 피는 마당은 지금도 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