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박명자 - 파도의 한 페이지를 클릭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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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비치 7월
어디서 금싸라기들이 삐끗 부서져 내려
더욱 투명한 7시 10분
바다의 뾰족한 모서리를 스쳐
낯선 풍경을 열어 보았을 때
파도의 흰 피톨 푸른 피톨이
서로 맞물려 교차하는 거품들이
백열등처럼 반짝반짝 눈을 떴다
바다 심층에서 누가 쿵 쿵 쿵 …
해저 3만리
밀리고 밀리우는 파도의 페이지들이
철수세미처럼 꼬이고 꼬여
물새들의 이동경로를 검색하는데
땀이 흘렀다
각설탕 같은 구름 송이들이
추상의 선 위에 낯선 궁전을
빠르게 짓고 있을 때
나는 온몸의 나사를 슬쩍 풀어놓고
파도의 한 페이지를 얼른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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