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박명자 - 창 밖의 3월 풍경 한 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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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두터운 겨울 화석 한판이
눈꺼풀 내려 깔고 슬금슬금 떠내려가네
깊은 잠에서 문득 깨어난
암각 문자들이 절뚝이며 절뚝이며
산모롱이를 돌아 나가네
누군가 씹다버린 껌조각처럼
육필 편지 한 장이 발에 밟히네
대지에 영원한 설국은 없는 거라고
밥 한 공기 보다 소중한 새싹의 소리가
여린 물감을 햇볕 아래 질펀히 풀어 놓았네
고목의 표피처럼 투박한 농부의 손가락이
묵은땅을 건반처럼 두드리는 오늘 아침은
성스럽구나!
창밖의 세상은 신비로 가득차 오르고
철새들의 비행연습은
나선형의 그래프를 그리는 아침 풍경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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