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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박명자 - 지팡이 하나로 지구를 밀고 나아가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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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44회 작성일 14-01-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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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꽃샘추위 밑으로 싸락 눈발

담배연기처럼 포을 포을 날아 내리던 금학상가에서

 

지구보다 무거운 이녘의 삶을

지팡이 하나로 밀고 혼자 나아가는 거리의 천사를 보았다

 

우리사이 한파가 소용돌이 쳐가고

해가 바뀌고 용케도 얼어 죽지 않고

봄동 배추처럼 시퍼렇게 살아 있어 고맙구먼

 

어둠살이 켜켜이 내리는 남대천 외나무다리

고스란히 건너갔을까

 

톱밥난로 곁으로 소매깃 끌고 들어가

국수 한 그릇 대접 못하고 왜 그냥 지팡이를 보냈을까

 

그의 언 발을 남산밑 움막 속으로 소롯이

들이 밀었을까

 

거리의 천사는 지구보다 무거운 생을

지팡이 하나로 밀고 어둠속으로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