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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시 - 박명자 - 나무 한 그루 컹컹 짖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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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18회 작성일 14-01-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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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의 꼭대기에 선뜻 올라

새알 감자알처럼 울퉁불퉁한

나의 길

더듬어 돌아본다

 

쇠똥에 미끄러지며

청무우 밭에 코 박았던 나의 유년

 

애호박 줄기줄기 주렁주렁 매달리던

가난의 잎사귀 사이사이

벌거숭이 나무 그루터기 하나

컹컹컹 짖으며 치마꼬리 따라 오더라

 

평생 검은새 꽁지 하나 보듬지 못한

허름한 숲처럼

더벅머리 흥건히 흔들며

휘청거리던 나의 나무 뒤통수

 

주머니 가득 빵빵하게 쳐담은

수상한 말들에게 스스로 찔리우듯

컹컹컹 짖으며 이내 따라오던

 

나의 나무 짱구머리

이 웬수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