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시 - 박명자 - 고흐의 해바라기를 읽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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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정오
태양의 파편들이 직각으로 떨어져 내리더니
고흐의 한쪽 귀를 선듯 베어 달아났다
천지는 지금 태양의 혈흔으로
지글 보글 끓고 있지만
세상은 지금 울퉁불퉁 찜통 속이라지만
고흐의 해바라기들은 우우우우 행렬을 지어
지구 저편으로부터 대양을 건너오고 있다
원색의 노랑 물감통 하나와
빗자루만한 그림 붓 하나가
금방 없어졌다
꺼벙한 전광판 위로 낯선 커서들이
반짝 반짝 뒤집히며 춤을 춘다
42 . 19 . 94 . 99 . 107 . . . .
드디어 시간의 장막이 내려지고
해바라기들은 우우우우 고흐의 주변을 둘러싸듯
모여들어 귀없이 텅 빈 그림
<노랑과 파랑의 심퍼니>를 펴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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