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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테마시 - 이진여 - 가을 설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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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87회 작성일 14-01-2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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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을 건너 온 바람이

앞섶으로 미끄러지는 동안

초록은 저를 내려놓고

산등성이 볕살 펼치고 놀던 구절초는

어젯밤 제 몸을 어루만지던

별빛과의 추억으로 희디흰 별들을 낳는 중입니다

 

허공이 풀어 놓은 구름들

깔깔 부딪쳐오면

어깨 하나 가만히 내어 주는

제 가슴께를 붙잡고 휘어진

소나무의 상처와 바람결

울음을 물고 와서 지친 사람들의

어깨로 떨어뜨리는 새들의 행로와

도토리묵 치는 다람쥐 가족 이야기

비룡폭포 이뿐이네 뒤란을 매일 찾는다는

멧돼지가의 내력을 도란도란

받아 적은 무구한 경전을

다 읽어 내지 못하는 것이

아무런 경계도 짓지 않고 쏟아져 내리는

하늘 시린 탓만은 아닙니다

무심무심

제 속만 붉히는 나무들 사이로

풀씨처럼 엎질러지고 마는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