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호2013년 [ 테마시 - 정영애 - 속초를 읽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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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는 한 권의 시집(詩集)
책의 표지에는 제목이 없다
읽는 사람이 속초가 되기 때문이다
수평선이 첫 장을 넘겨주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거기서부터 시는 시작된다
흔들리는 생에 밑줄 긋고 서 있으면
어느 새 젓갈처럼 곰삭는 당신
물큰하게 속초를 읽게 된다
갯배의 줄처럼 당신 스스로 당겨야 하는 삶이
물길처럼 읽힐 때
당신은 다시 구두끈을 고쳐 매며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시가 되는
속초를 써내려가게 된다
당신 또한 한 줄 시가 되어
기막힌 문장으로 읽힐 것이니
비리면서도 힘차고 부드러운
속초라는 시집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분명 당신은 속초를 덮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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