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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2013년 [ 테마시 - 신민걸 - 토왕성폭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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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67회 작성일 14-01-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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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 그의 집은 외설악 비룡폭포 한참 더 올라가 토왕성폭포 부근이었다 , 대목장을 하는 아버지 탓에 줄곧 산을 짊어지고 살 았다 , 전국의 내로라하는 산지기들과 호형호제하던 깊은 시절도 있었다 , 지금은 삼남매가 함께 밤골에서 소문나지 않은 감자탕집 을 한다 , 한때 큰딸이 타던 붉은 카누에다 식당 이름을 새겨선 전 봇대에 묶어 간판으로 내걸었다 , 그가 토왕성으로 거슬러 오르듯 딸의 카누는 늘 하늘로 솟구치는 모양새다 , 거푸 마신 잔에 취해 바람 쐬러 나왔더니 , 마침 그는 식당 밖 냉랭한 어둠 속에서 두툼 한 산악전문 파카를 걸치고 작다란 간이의자에 걸터앉아 한 자루 나 되는 양파 껍질을 씩씩하게 벗기고 있었다 , 오롯이 설악을 품 은 그였다

 

    깰 때까지 찬바람 속을 걸었다 , 풀릴 때까지 오래 잠을 잤다 , 깨지 못했고 , 풀리지 않았다 , 긴 잠 끝에 일어나 다 쓴 치약을 눌 러 짜서 겨우 양치를 했다 , 거울 앞에는 항상 초라한 이가 마주 서 있었다 , 해가 지고 , 소년이라는 오명을 버리러 다시 산에 오를 것이다 , 눈물이 늘 얼어붙은 그 끝자리 , 霧念霧想은 늘 해묵은 간 판처럼 앞길을 책임질 것이고 , 암흑 한 자루가 또 부려졌다 , 설악 을 알알이 품은 그의 소문나지 않은 탐방로를 찾아 간다 , 카누를 타고 떠난 큰딸은 지금쯤 비룡폭포를 지났겠지 , 밤은 금세 짙은 누명을 쓰고 덤빌 것이고 , 식당에 들렀다 가는 이들은 제 두고 온 土旺城을 찾아 찬바람 속을 내내 걸을 것이다 , 깨면 마냥 남루할 노릇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