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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김춘만]나무인가, 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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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672회 작성일 05-03-2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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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의 화장장에서 가루가 된 너를
장미원의 한 줌 흙으로 헌납하면서
너는 장미가 되리라
너는 푸르고 푸른 나무가 되리라
다 못 채운 너의 사랑은 꽃잎마다
향기로 채워지리라.

그리고 돌아서서 후회한다.
사람이 나무가 된다는 생각을
꽃이 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하지 못했을까
오래 전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면
꽃이 된 너를
어쩌다 나무가 된 너를
알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나무에다 너를 옮기고 나서
꽃에다가 너를 물들이고 나서
나무가 잎을 떨구고 있을 때
꽃잎이 한 두 잎 잦아들고 있을 때
그러면 너는 다시 어디로 가는가

행여 저것들이 꿈꾸고 있지 않을까
싱싱한 젊음으로 돌아가
사랑을 나누는 푸르름이 되고 싶지 않을까.

나무를 보고 말문이 막힌다.
꽃 앞에서 캄캄해진다.
너는 나무,
너는 꽃,
이 억지 같은 주문을 오월에 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