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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김춘만]심판도 투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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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524회 작성일 05-03-2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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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리 야구놀이
진동 아이들 야구놀이는
아홉이 둘로 갈라져야 하는데
그래도 한편으로 기우려지지 않는 건
막내가 땅바닥에 엎드려 점수판을 채우기 때문

자기가 올리고 자기가 치는
이 별난 야구장으로
다람쥐 한 마리가
가로 질러가는데도
아이들은 눈길도 안 준다.

언니가 친 공이 훌쩍 키를 넘어가도
언제나 한 루만 가네
참 법도 잘 만들었다.
방망이도 겨우 드는 어린 동생 친 공은
그렇고 그렇게 해서 살아나게 만들고

이 학기에 또 한 명이 서울로 가고
내년엔 신입생이 없다고 하니
진동계곡 아이들의 야구 규칙은
또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