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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2004년 [시-김춘만]아침가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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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536회 작성일 05-03-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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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예쁜 아침가리 가다.
한 때는 조경동이라 했을 만큼
한마을 이뤄 살았다는데
한 집 두 집 솔가 하여 나가고
지금은 빈 궁전 터처럼 허허 넓게 비어있는 곳.

찾아가는 길바닥까지
다래순이 기어 나와 마중하는 곳
상주 인구 두 명에 가구도 두 가구
관공서처럼 태극기도 높이 걸어놓았다.
아침가리엔 아침부터 갈아야 할 논과 밭도
자연으로 돌아가 쉰다.

통화 불가지역, 휴대폰은 접어두고
전기 공급 불가, 세상 소식도 잠시 두절
이런 곳도 있어야 된다고, 내가
얘기하니까 참 맞다. 그래, 푸르릉
새가 솟구치는 하늘이 푸르다.

사람이 밟아대지 않은 땅에서는
김이 난다. 모락모락 땅 냄새가
아기 똥 냄새 같다.

마을 가운데
다래 넝쿨이 크고 샘물이 흐르고
그 사이로 뱀 딸기가 주먹 꽃처럼 피어있는
아침가리엔 모든 게 숨어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