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2014년 [ 시 - 이진여 - 가을이 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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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를 붙이고 바람을 여미자 마음의 정처가 빠져 나간다
안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들 소슬하다
혀로 가리는 하늘 스스로 감출 줄 모르는 햇살에 마음 베이고
발바닥으로 허공을 나는 날은 탐욕의 마디가 쑤셨는데
무른 몸 조바심으로 덧칠을 했다
내 젊은 날이 복사꽃이었다는 낭설이 흰 머리카락 뿌리를 들어 올리면
눈물처럼 용서를 구해보기도 하지만 그는 늘 새로이 도사린다.
가을 비 내리자 막걸리처럼 가라앉아
빗방울이 떨어뜨리는 파문을 받아 안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두곤 하는데
낙엽처럼 젖어 모르는 그대와 얼마나 많은 간음을 저지르는지
내게서 빠져나간 음탕으로 먼 곳 상사화를 피워내기도 한다는데
땀으로 죄를 씻는다는 사람도 있었으나
시절을 견뎌내었다는 눈속임으로 죄의 무게를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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