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호2014년 [ 시 - 이진여 - 동루골* 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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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 별들이 더럽혀지지 않았을까*
별만 쳐다보던 시인 하나
서둘러 별 곁으로 떠나자
그의 시집 속 별들 일제히
총총
그 속에서
눈물이 배어 나온다는 전설이 생겼는데
그가 바라보던 하늘
묵묵히 받쳐주던 기와지붕 뒤꼍
시누대의 울음이라는 소문이 돌고
아직도 세상은 어두워
하늘을 닦느라 팔이 길어진 모과나무
곧
별에 닿겠다
무명천 같은 그의 발자국에
부끄러운 시인 몇
튼튼한 비석하나 지어 세 들었는데
밤새 별빛 내려 어깨를 다독이자
아랫마을 사람들 더러
남은 별빛을 얻어 가곤 하는데
별 아래 솟구치던 푸른 절정들
논밭을 타고
혼잡한 불빛 밑으로 자리를 옮겨가자
골목을 기웃거리던 내력들이
허물어진 벽 너머에서 늙어 가는데
그를 몰래 사모하던 처녀 하나
별을 앓아
하늘 아래 온통 애틋이라는데
*이성선시인 생가와 시비가 있는 동네
*故 이성선님의 [별을 보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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