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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이진여 - 어떤 다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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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018회 작성일 15-01-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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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모시고 미역국이나 묵자 사촌동생에게 기별을 넣었더니 트럭이 얼어서 움직이지 않는단다. 그 말을 들은 엄마
“옆집 아재 차가 뜨거운 입김을 훅훅 불어주모 차가 살아나낀데”
깔깔 웃다가 문득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지을 농기구에 곡식이며
땔감을 억척스럽게 실어 나르던 낡은 트럭이 고즈넉이 한가한 겨울밤 내몽고 어린 각시 얻어 세 살배기 아들 어르고 부는 한 움큼 봄볕 같은 방 너머 저도 모르는 사이 경계를 놓았던 건 아닐까 생각다가 여든 넘은 고모부 생각이 나는 것인데 자식 욕심 살림 욕심 얼굴 고운 막내 고모 칠팔년 폐병으로 앓다가 어린 삼남매 남겨두고 서른아홉에 세상 버린 뒤 동네 떠돌던 무당하고 정 내었다 무당마저 산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평생 업고 온 길 쪽으로 구부러진 고모부를 예배드리듯 쓰다듬는 나는 서리 맞은 꽃잎 보듯 짠히 더워질 것인데 그러면 얇게 접힌 엄마도 덩달아 받아 놓은 생신 상 앞에서 아구구구 하시며 접힌 몸을 펴려고 안간힘을 쓰시고 접히고 구부러진 두 노인을 바라보며 나는 또 뜨거운 입김을 훅훅 불어서 구불텅구 불텅 펴지게 하고 싶을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