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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2014년 [ 시 - 조외순 - 봄밤의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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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1,980회 작성일 15-01-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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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마감 시간
하역장 한 구석엔
노란 봉지들이 탑돌이를 하고 있다
뭉텅뭉텅 가위질 당한
하루살이들의 서운한 생명을 담고


판매의 부실이 낳은
오늘의 위장은 포화다
게워낼 듯 고통스레 뒹구는
음식물 봉투의 주둥아리
비싸다며 불평을 만지작거리던 노인의 소원
흐릿한 눈동자 슬픔이 갇히고
쓰레기차 안 아이들의 허기
할머니의 간절한 구걸로 선택 없는 배를 채우는데


사칙은
늦은 밤마다
식단에 오르지 못한 먹거리들
낱낱의 옷을 벗기고
부끄러운 낯빛은 노란 이불 속으로 숨는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뒤지다 솎아내는 것도
월담한 도둑질보다 서글픈 도둑질이 된다지만
피었다 지는 꽃처럼 아쉬워


질책이 붉게 물들지 모를
내일이 초조해도
포장된 채 방긋한 빵들
무심한 가로등 불빛 외진 곳에
슬그머니 내려놓고 돌아설 때
사월의 바람은 차갑도록
하늘가슴으로 이팝을 날리고 있다